2021년 10월 초, 그날은 딱 캘리포니아 날씨라고 불리는 파란 하늘에 햇빛이 쨍쨍한 주말이었다. 남편과 나는 집 근처를 산책을 하다 꼭 들리는 스타벅스에서,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남편은 뜨거운 커피 한 잔씩 들고 여유를 느끼며 걸었다. 고소한 커피 향의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내 텐션을 올려주었고 우리는 1시간이 넘게 햇살과 바람을 만끽하고 집에 돌아왔다.
하지만, 톨 사이즈 한 잔도 원 샷으로 바꿔서 마시는 내가 그날은 왜인지 레귤러 한 잔을 혼자 마신 게 화근이었다.
내 기억으로는 4시간? 5시간 후에 느닷없이 현실감각이 떨어지는 기분이 들면서 어지러운 증상과 함께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. 숨을 쉬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마치 기절할 것 같은 느낌과 불안감이 순식간에 나를 덮쳤다.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있던 남편에게 거의 횡설수설 수준으로 내가 몸이 이상하니 잠시 침대에 누워 있겠다고 한 뒤 재빠르게 방 안에 들어가 심호흡을 시도해 봤지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.
밥을 먹으면 괜찮아질 거라는 생각에 남편이 준비한 물냉면을 두 젓가락 먹어보았지만 계속해서 기절할 것 같은 느낌 때문에 응급실을 가야 할 것 같다고 이야기를 했다. 상황이 심각하다고 느꼈는지 남편은 차린 음식을 정리를 하고 나를 제일 가까운 응급실로 데려다주었다. 응급실을 가는 도중에도 나는 이성을 끈을 놓고 기절을 하게 되면 영영 깨어나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을 느끼며 응급실을 가는 20분 내내 정신을 똑바로 차리려고 무던히 노력을 하였다.
겨우 도착한 응급실, 접수를 하고 기다리는데 미국 병원이라서 그런지 접수를 하고 30분이 지나도록 내 이름이 불릴 기미가 안보였다. 나는 내 불안감을 이겨내려고 계속 왔다 갔다 하며 걸어보았지만 나아지지 않아 정말 울고만 싶었다. 기다린 지 50분이 지났을까 접수처에 있는 분에게 내가 쓰러질 것 같아서 그런데 언제쯤 의사를 만날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. 그분께서 조금만 더 기다려보라고 한 뒤 나에게 물 한 컵을 떠다 주었다.
할 수 있는 것이 기다림밖에 없기에 찬 물을 조금씩 삼키며 그 자리를 다시 배회하였다. 한 시간이 넘었을 때 내 증상이 점점 가라앉음을 느꼈다. 아직 의사를 만나기 전이고 미국 응급실 비용은 부르는 게 값이기 때문에 남편에게 증상이 괜찮아지고 있는 것 같으니 다시 집에 가는 게 어떤가 이야기를 했다. 남편은 알았다고 하고는 접수처에 있던 분에게 다시 상황이 안 좋아지면 돌아오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나를 데리고 집으로 향하였다.
집에 도착하기 10분 전, 나아지고 있던 내 증상이 다시 악화되면서 쓰러져도 집이 아니라 응급실에 가서 쓰러져야 간호사나 의사가 나를 살릴 수 있겠다는 생각만 계속 들었다. 남편에게 정말 미안하지만 다시 응급실을 가야겠다고 이야기 했고 고맙게도 바로 차를 돌려 빠르게 응급실을 다시 가 주었다.
그전에 1시간 넘게 기다려서 그런지 다행히도 10분을 더 기다린 후에 드디어 나는 응급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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